본문 바로가기
제주살이

[제주살이] 말은 칼보다 무섭다. (부제. 2019년 첫 부부싸움)

by 서영papa 2019. 1. 7.

말은 칼보다 무섭다!!!



나는 올해로 결혼 9년차의 평범한 가장이다.
부산이 고향이고, 현재는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다.
함께 살고있는 와이프는 나랑 두살차이이고, 서울이 고향이다.


지난 2010년 1월에 만나서 10월에 결혼하여 지금껏 무탈하게 잘 살고 있다.
그러나 워낙에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보니...
크고 작은 마찰은 어쩔 수 없었다.

부부간 싸움은 너무나 당연하다고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싸울필요가 있는가?하는 의문을 자주 한다.

혹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 싸울일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싸움은 발생한다!!!


2019년 새해 첫 부부싸움이 발생했다.

모든 부부싸움이 그러하겠지만...
사소한 것이었다!


출처. http://omnithought.org




# 부부싸움 1차전

발단은 딸아이의 숙제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엄마와 딸아이가 숙제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이었다.
엄마의 눈에는 아빠의 참여가 다소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좀 하자... XX아빠는 여기에 추천된 장소에 다 가보자고 먼저 이야기 한데!!!"


나는... 순간 얼음이 되었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이 모습을 지켜본 와이프도 "아! 이건 아니다..."했는지... 곧 "미안해!!!"라고 했다. 

누구보다도 딸아이의 육아에 관심이 많고, 개인 사생활을 최소화하고 있는 나에게...
그것도 제주도에서 알고 지내게 된 사람의 남편을 들먹이면서 비교아닌 비교를 한 것이다.
나는 너무나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쿨하게 털어내면서...
웃고 넘어가야하는데... 나의 마음은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딸아이의 숙제를 마무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 부부싸움 2차전

출처. https://cooperativetherapy.com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나의 얼굴은 생각보다 상기되어 있었다.
음식을 앞에두고,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나대로... 와이프는 와이프대로... 각자의 이야기만 했다.

와이프는 "이제 그만해. 나이 40에 뭐하는거야? 내가 그런의도로 말한게 아니잖아!"

나는 또 다시 화가났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간에 서로에 대한 배려라곤 1도 없는 나 자신에게도 화가나고, 나아가 자신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오늘의 상황에 대해 오히려 더 화를 내고 있는 와이프를 보면서... 너무나 화가 났다.

와이프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린다. 본인도 화가 난 모양이다.

그렇게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부부싸움은 계속되었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유지되었다.




# 요즘들어 화를 많이 낸다고 하는 '나'

출처. https://tradingpsychologyedge.com


항상 나와 결혼을 해줘서 '고맙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나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열심히 살고 있으며...
나에게 최우선 순위는 '가정'임을 나 스스로가 느끼며, 가정에 충실한 가장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들어 화를 많이 낸다고 와이프는 종종 이야기한다.
말하는 것도 거칠어지고, 아이와 노는것도 이전만 못하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최근 나는 "임원"승진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다.
남들보다 빠른 진급을 하고 있기에, 신경써야 할 일이 상당하다.
몸이 힘들기 보다는 정신적으로 힘이 드는 상황이 많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집에서 화가 표출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부부싸움은 말 한마디에서 시작이 되었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분명 이전부터 쌓여 있던 무언가가 있었던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 부부싸움에는 승자가 없다!!!

출처. https://www.specialistdentalgroup.com


오늘 출근을 할때, 나는 와이프의 눈빛을 보았다.
원망으로 가득찬 그 눈빛!
그 눈빛을 보고, 나 역시도 같은 눈빛을 보내고 왔다.

출근을 해서,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어제일을 생각했다.


부부싸움에 승자가 있던가?

내가 와이프한테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왜 그리 화를 냈던가?"


"먼저, 나 자신에게 부끄럽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부끄럽다.
끝으로, 딸아이에게 부끄럽다."


나는 가장이다.
남녀평등이 당연시 인지되는 요즘 세상에... 남녀간 역할을 논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한 가정의 가장이고, 남편이고, 아빠다.
때로는 울고싶어도 참아야 하고, 화를 내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가장이다.

한 가정의 최고 연장자로써...
오늘은 퇴근 후, 어제의 일을 사과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된다.




# 말은 칼보다 무섭다!!!


다시 한번 느낀다.
"말은 칼보다 무섭다!!!"

꼭 무기를 들고 휘둘러야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 한마디로 상대의 마음에 회복하기 힘들정도의 상처를 낼 수 있다.

어쩜, 외상에 의한 상처는 치료와 복원수술을 통해 회복이 가능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정말이지 치료가 어렵다.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니... 괜히 미안해진다.



이상, 서영papa였습니다.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