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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아는 맛집

[부산 남포동]남포수제비(부제: 40여년전통의 그 맛! 이것이 수제비다)

by 서영papa 2018. 2. 20.

나는 친구들사이에서도 밀가루음식 중독자라고 이야기가 나올만큼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 수제비는 단연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을 그 시기... 포항에서 근무를 했던 나는 부산에 오면 제일 먼저 가는 곳이 있다. 당연히 우리집이다. 


왜?


첫번째는 어머님께 인사를 하는 것이요. 두번째는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는 수제비를 먹기위해서이다. 그만큼 수제비 사랑이 엄청났다. 2000년 초반, 중국 유학시절에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 나는 주3회는 혼자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유독 수제비를 좋아하는 나였다. 


이번 구정연휴에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제주 → 부산 → 서울 → 제주의 일정으로 움직였다. 부산에 도착한 우리 3명은 일단 롯데백화점 남포점에 짐을 잠깐 맡겨놓고 남포동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수제비를 먹으러 갔다. 결혼전에는 밀가루 음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던 서영양 엄마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먼저 밀가루 음식을 먹자고 한다. 그래서 부부는 닮는다고 하나보다. 그런데, 서영양도 만만치 않다. 특히 수제비는 상당히 좋아한다. 그 아버지에 그 딸아니랄까봐...^^


이렇게 우리는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수제비집으로 향했다.



부산 맛집! 46년역사의 남포수제비!

요즘은 SNS의 발달로 기존의 맛집은 물론 새로운 맛집들이 모두 공유가 되는 세상이다. 아마 밀가루를 좀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분명 이 집을 알 것이라 생각한다. 


부산 남포동에 있는 남포수제비다.

남포동 골목에 위치한 남포수제비. 사실, 잘 보이지도 않는다.


어렸을때부터 가던 집이다. 내 나이보다 약간은 형님인 남포수제비. 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왔으니... 나도 오랜 단골이라 할 수 있겠다. 초중때는 부모님이랑 함께 왔고, 고등학교때는 친구들이랑 보수동 책방골목에 책사고 나오면 꼭 먹는 코스였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었을때는 전날 술한잔 먹으면, 꼭 해장하러 오는 집이 되었다. 그렇게 나이가 먹어가면서 이 가게도 나에게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줬다.


결혼 후, 잠시동안 김해에서 살 때였다. 주말에 시간이 나면, 남포동에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서영양 엄마를 데리고 이곳을 찾아왔다. '무슨 수제비야... 다른거 먹어~'하던 서영양 엄마였다. 그런데... 첫술을 뜨더니, '이거 머야~ 머이래 맛있어~'하는 서영양 엄마다. 그때부터 이집은 서영양 엄마도 좋아하는 맛집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또 한명의 수제비 중독자를 탄생시켰다.


이 가게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이 집을 좋아하는 단골들은 아마도 그러한 점이 좋아서 오는 것일 것이다. 

좁은 입구, 좁은 홀, 단촐한 메뉴...


옛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남포수제비. 입구가 너무 좁아서 나같은 뚱뚱이가 오르기엔 불편하다.


 너무나 수수한 가게 내부이다. 사람들이 잠깐 빠진 틈을 타서 얼른 한장 찍는다.


단촐한 메뉴이다. 이가게 나이가 46살이다.



부산에 왔으니, 수제비 한그릇 해야지... 주먹밥도...

이 집의 자랑거리는 뭐니뭐니해도 수제비다. 맑은 국물에 최상의 식감을 자랑하는 수제비. 일반 음식점과는 다른 맛을 자랑한다. 달걀을 푼 뿌연국물에 수제비가 있는 것이 보통가게의 수제비다. 그러나 이곳은 좀 다르다.

맑은 국물에 김가루 조금, 파 조금, 깨소금 조금이 끝이다. 겉보기에는 너무 성의없는 모습이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나는 이 말에 100%공감을 하지는 않는다. 보기엔 그저그렇지만 맛이 어마어마한 집들이 있다. 남포수제비가 그러하다. 부족하지만 맛을 표현하자면... 국물은 깔끔하다. 육수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렸다. MSG로는 결코 낼 수 없는 그런 맛이다. 너무 깔끔하다. 수제비의 식감은 여느 가게와 좀 다르다. 얇게 편 수제비는 입에 쏙쏙 들어가서 씹기에도 너무 좋다. 이런것이 노하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족은 늘 그렇듯.... 수제비 곱배기 두그릇! 소고기 주먹밥을 시켰다.


이집의 숨은 복병! 소고기 주먹밥! 어른 아이할 것없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다.


수제비도 잘먹고, 주먹밥도 잘 먹는다.


잘 먹으니, 엄마랑 아빠가 너무 좋다.


이제는 혼자서도 잘먹는 서영양. 


서영아. 안 뺏어 먹을께. 천천히 먹어라.


5개짜리 주먹밥을 서영양 혼자 4개를 먹더니, 또 먹고 싶어를 외치는 서영양.


이렇게 서영양 가족은 수제비 곱배기 두그릇과 소고기 주먹밥 2인분을 쓱싹했다. 아빠는 서영양에게 이렇게 물었다. '서영아, 맛있었어? 오늘보니 너무 맛있게 먹더라~' 

서영양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빠, 너무 맛있어요. 다음에 또 먹어요. 그리고, 나 오늘 수제비도 맛있었고, 국물도 맛있었고, 주먹밥도 맛있었어요.'


이런게 행복아닌가... 비싼 제주도에서는 상상도 못할 가격의 음식을 너무 맛있게 먹으니 너무 좋았다. 국수 한그릇에 7~8천원 하는 제주도에서 5천원짜리 수제비 곱배기를 상상할 수 있으랴... 그것도 46년 전통의 최강 수제비집에서...



가게를 나서며...

오랜만에 남포동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우리는 늘 그랬듯... 남포수제비 계단을 올랐다. 너무 행복한 식사시간을 보낸다. 서영양에게는 아빠의 추억거리를 이야기해 줄 수 있어서 좋다. 아빠도 서영이만큼 어렸을 때, 이곳에와서 먹었다고 알려줬다. 그렇게 아빠와 딸은 둘만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아빠는 다음에도 또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좁은 계단을 내려간다. 이 가게는 나에게 그런 곳이다. 부산에 오면 꼭 가야하는... 그런 곳이다.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를 잘 지켜주는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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